오늘 새벽기도 시간이었다.
목사님께서 네팔과 티베트 국경 지역에 큰 홍수가 났다는 소식을 전하시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 함께 기도해 달라고 하셨다.
집에 돌아와 뉴스를 찾아보았다.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빙하가 무너진 뒤 엄청난 양의 물과 얼음, 바위와 진흙이 계곡을 따라 쏟아져 내려왔다. 순식간에 마을과 도로, 다리가 휩쓸렸고 수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
그중에는 힌두교와 불교 등 여러 종교에서 신성하게 여기는 카일라스산을 향하던 순례객과 여행객들도 있었다.
네팔의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9명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멀리 히말라야에서 일어난 일인데도 이상하게 마음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오래전 어느 아침이 떠올랐다.
8월 28일, 상황은 더 무거워졌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뒤에도 피해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2026년 8월 28일 현재, 네팔과 중국 티베트 지역에서는 47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고 1,500명 이상이 여전히 실종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구조와 수색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 숫자는 앞으로도 달라질 수 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아직 끝난 재난이 아니라는 점이다.
빙하 붕괴 이후 산사태 잔해가 강을 막으면서 상류에 새롭게 형성된 호수가 불어나기 시작했고, 28일에는 물이 넘치면서 추가 홍수에 대한 우려로 일부 구조 작업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한국 정부의 신속대응팀도 네팔에 도착했다. 하지만 연락이 끊긴 한국인 9명이 있던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까지 접근하는 일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어제는 뉴스에서 읽었던 ‘실종’이라는 두 글자가 오늘은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하며 내 마음은 자꾸 25년 전, 가족에게 갈 수 없어 발만 동동 굴러야 했던 그날의 맨해튼으로 돌아갔다.
2001년 9월 11일, 나는 맨해튼 수술실에 있었다
그날 나는 맨해튼 1st Avenue와 14th Street 부근의 큰 종합병원 수술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척추수술이 진행 중이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사고 소식이 전해졌다.
TV 화면에는 믿기 어려운 장면들이 나타났다. 맨해튼의 건물이 파괴되고 있었고, 도시 전체가 순식간에 혼란에 빠지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앞에는 수술 중인 환자가 있었다.
수술실 안의 누구도 쉽게 말을 하지 못했다.
두렵고 가족이 걱정되었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했다.
하던 수술을 정확하게, 그리고 가능한 한 신속하게 끝내는 것.
그때 수술실 안에 흐르던 긴장과 침묵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수술이 끝났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도 아니었다.
병원으로 환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특히 신경외과 수술팀의 도움이 필요했다. 의료인인 나는 그곳에 남아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했다.
결국 3일 동안 맨해튼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 순간, 내가 가장 찾고 싶었던 것은 가족이었다
당시 남편도 맨해튼 Broadway에 있는 CPA firm에서 senior accountant로 일하고 있었다.
두 아이는 Queens에 있었다.
교통이 끊기고 도시가 마비되면서 남편은 걸어서 Williamsburg Bridge를 건너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나는 갈 수가 없었다.
미국에 가까운 친척도 없이 우리 가족끼리 살아가던 시절이었다.
병원에서는 환자를 돌봐야 했고, 마음은 아이들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그날 내가 느꼈던 두려움 가운데 가장 컸던 것은 어쩌면 재난 자체보다도,
“내 아이들에게 갈 수 없다”는 사실이었는지도 모르겠다.
25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을 생각하면 가슴 한쪽이 먹먹해진다.
9·11 이후 우리 가족의 삶은 조금 달라졌다
재난은 지나갔지만 그날은 우리 가족에게 흔적을 남겼다.
나는 가족과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후 가족이 있는 곳과 가까운 병원으로 직장을 옮겼다.
남편도 마침 개인 CPA 사무실을 준비하고 있었다.
9·11을 겪은 뒤 맨해튼이 아니라 가족과 가까운 Great Neck에 자신의 사무실을 열었다.
우리에게는 직장의 이름이나 위치보다 필요할 때 서로에게 갈 수 있는 거리가 중요해졌다.
그리고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아이에게도 그날은 무언가를 남겼던 것 같다.
사람들을 돕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던 어린아이는 세월이 흘러 의사가 되었고, 지금은 Houston에서 레지던트 2년 차로 열심히 훈련받고 있다.
돌아보면 한 번의 재난이 우리 가족의 직장과 삶의 방향, 그리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갈 것인가에까지 영향을 주었다.
그래서 네팔과 티베트의 가족들이 더 마음에 남는다
오늘 네팔과 티베트의 소식을 보면서 나는 사망자와 실종자 숫자보다 그 뒤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누군가는 연락이 되지 않는 부모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여행을 떠난 남편이나 아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어떤 부모는 아이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곳의 병원과 구조 현장에는 자신의 가족이 걱정되면서도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마음을 조금은 안다.
재난은 뉴스에서는 숫자로 기록되지만,
그 숫자 하나하나에는 누군가가 기다리는 한 사람이 있다.
🔍 빙하가 무너지면서 어떻게 이런 홍수가 일어났을까
이번 재난의 정확한 과정은 아직 조사 중이다.
현재 과학자들의 예비 분석에 따르면 히말라야 고지대에서 거대한 빙하 덩어리가 떨어져 나오면서 얼음과 바위가 강으로 쏟아졌고, 강물이 일시적으로 막혔다가 엄청난 힘으로 하류로 흘러내렸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강 수위가 불과 30분 만에 약 9m까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처음에는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지만, 이후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관측된 진동이 지진이 아니라 대규모 빙하 붕괴와 그에 따른 잔해의 움직임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히말라야의 빙하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기온 상승과 빙하 감소, 영구동토층의 해빙 등이 히말라야 산악지역의 장기적인 재난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만 이번 한 번의 재난을 단순히 ‘기후변화 때문에 일어났다’고 단정하는 것 역시 조심해야 한다. 정확한 원인과 과정은 앞으로 더 밝혀져야 한다.
🌿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에는 ‘준비’도 포함된다
나는 그동안 ‘미국에서 건강하게 나이들기’를 쓰면서 음식, 운동, 수면, 예방접종, 근육, 관계와 같은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
그런데 오늘은 한 가지를 더 생각하게 된다.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은 몸만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도 나와 가족을 지킬 수 있도록 준비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특히 나이가 들수록 복용하는 약이 늘 수 있고, 의료기기가 필요할 수도 있으며 갑작스럽게 집을 떠나야 할 때 이동 자체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가족의 전화번호를 휴대전화에만 두지 않고 종이에도 적어 두는 것.
🌷며칠분의 중요한 약과 기본적인 비상용품을 한곳에 챙겨 두는 것.
🌷가족이 서로 떨어져 있을 때 어디에서 연락하고 만날 것인지 한 번쯤 이야기해 보는 것.
🌷휴대전화 보조배터리와 손전등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두는 것.
🌷혼자 사는 부모님이 계시다면 비상시에 누가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인지 가족끼리 정해 두는 것.
평소에는 별것 아닌 준비처럼 보인다.
그러나 9·11의 그날, 가족에게 갈 수 없어 발을 동동 굴러본 나에게는 더 이상 별것 아닌 일이 아니다.
🌿 결국 우리가 가장 먼저 찾는 것은 사람이다
오늘 새벽에는 네팔과 티베트의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25년 전의 우리 가족을 다시 만났다.
그날 이후 우리는 조금 다르게 살았다.
가족에게 더 가까운 곳을 선택했고, 서로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인생의 후반을 걸으며 다시 생각한다.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은 단지 오래 사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몸을 돌보는 것과 함께 변화하는 세상을 살피고, 예상하지 못한 순간을 조금은 준비하고, 무엇보다 오늘 내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것.
💎 오늘의 보배
재난 앞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찾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오늘도 네팔과 티베트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소식을 기다리는 모든 가족에게 무사한 소식이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특히 아직 연락이 닿지 않는 한국인 근로자들과 그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에게도 하루빨리 좋은 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위험한 현장에서 구조와 치료를 위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든 이들의 안전을 함께 기도한다.
참고 및 출처
이 글의 네팔·티베트 재난 상황은 2026년 8월 28일 보도 내용을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구조와 수색이 계속되고 있어 사망·실종자 수와 피해 상황은 이후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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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ociated Press, 2026년 8월 28일 — 네팔·티베트 홍수 피해 및 구조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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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uters, 2026년 8월 28일 — 상류 호수 범람과 추가 홍수 위험, 구조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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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ociated Press, 2026년 8월 28일 — 히말라야 빙하 붕괴 원인에 대한 과학자들의 예비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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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26년 8월 27일 — 네팔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 한국인 9명 연락 두절 및 정부 신속대응팀 파견
보배 큐레이터
| Treasure Curator 65
『보배 큐레이터』는 건강뿐 아니라 생활, 여행, 골프, 음식, 투자 그리고 시니어 라이 프까지, 우리 삶을 더 풍요롭고 가치 있게 만드는 작은 보배들을 찾아 정성껏 전하고 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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